[스크랩] 詩김명인/그 물푸레 나무 곁으로 그 물푸레나무 곁으로 김명인 그 나무가 거기 있었다 숱한 매미들이 겉옷을 걸어두고 물관부를 따라가 우듬지 개울에서 멱을 감는지 한여름 내내 그 나무에서는 물긷는 소리가 너무 환했다 물푸레나무 그늘 쪽으로 누군가 걸어간다 한낮을 내려놓고 저녁 나무가 어스름 쪽으로 기울고 있다 --머리를 .. 추천시 2006.04.10
[스크랩] 詩문태준/맨발 맨 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 추천시 2006.04.03
봄날은 간다 / 이외수 봄날은 간다 이외수 부끄러워라 내가 쓰는 글들은 아직 썩어 가는 세상의 방부제가 되지 못하고 내가 흘린 눈물은 아직 고통받는 이들의 진통제가 되지 못하네 돌아보면 오십 평생 파지만 가득하고 아뿔사 또 한 해 어느 새 유채꽃 한 바지게 짊어지고 저기 언덕 너머로 사라지는 봄날이여 추천시 2006.03.30
갈대는 배후가 없다 / 스승 임영조 시인 갈대는 배후가 없다 / 임영조 청량한 가을볕에 피를 말린다 소슬한 바람으로 살을 말린다 비천한 습지에 뿌리를 박고 푸른 날을 세우고 가슴 설레던 고뇌와 욕정과 분노에 떨던 젊은 날의 속된 꿈을 말린다 비로소 철이 들어 선문(禪門)에 들 듯 젖은 몸을 말리고 속을 비운다 말리면 말린 .. 추천시 2006.03.26
씻은 듯이 아문 날 / 이정하 씻은 듯이 아문 날 / 이정하 살다 보면 때로 잊을 날도 있겠지요. 잊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무덤덤해질 날은 있겠지요. 그때까지 난 끊임없이 그대를 기억하고 그리워할 것입니다.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 간직하기 위해서. 살다 보면 더러 살 만한 날도 있겠지요 상처받은 이 가슴쯤이야. 씻은 듯.. 추천시 2006.03.21
수선화에게 / 정호승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을 전화를 기다리지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 추천시 2006.03.15
겨울 산 /황지우 겨울 산 황지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 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추천시 2006.03.08
틈 (스승 임영조 시인) 틈 임 영 조 그가 넌짓 말을 던진다 나도 조심조심 말을 섞는다 절대로 틈을 보이지 말자! 해도, 어느새 벌어지는 틈 그 틈을 비집고 그가 쳐들어온다 간질간질 눙치듯 쉬슬어놓고 내 속을 갉아먹고 어디론가 날아가는 역한 소문만 퍼뜨리는 쉬파리! 그를 보려는 내 눈과 그를 들으려는 내 귀와 그를 맡.. 추천시 2006.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