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동백꽃 패설 / 임영조 법당 앞 돌계단 사이에 두고 어린 동백 두 그루 마주 서 있다 새파람 잎들이 공양 받은 햇살을 키질하듯 살랑살랑 까분다, 금새 분분한 소문 같은 금빛가루 부시다 그 무슨 法問법문을 주고 받길래 온통 벌개진 낯으로 키들거릴까 얼마나 솔깃하고 귓맛이 나면 노란 목젖까지 다 보이도록 꽃술을 활짝 .. 추천시 2006.11.24
[스크랩] [나태주 시인 시모음] [나태주 시인 시모음] 대숲 아래서 -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득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 추천시 2006.10.26
[스크랩] 누가 울고 간다 / 문태준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 불러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 가슴.. 추천시 2006.09.06
[스크랩] 詩보리밟기/민병도 보리밟기 민병도 봄바람에 뿌리가 들린 보리를 밟는다 문신처럼 드러나는 온 몸의 신발자국, 때로는 혼절의 아픔도 사랑이라 일러주며. 밟으면 꺾어지고 일으키면 누워버리는, 차마 작은 돌 하나도 밀어내지 못하지만 그 속에 물결 드높고 함성 또한 뜨거워라. 꼿꼿이 일어서서 아침해를 겨누면서 보.. 추천시 2006.08.18
[스크랩] 詩문태준/소월시 문학상 대상 수상작-그맘때에는 제 21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그맘때에는 문태준 하늘에 잠자리가 사라졌다 빈손이다 하루를 만지작만지작하였다 두 눈을 살며시 또 떠보았다 빈손이로다 완고한 비석 옆을 지나가보았다 무른 나는 金剛이라는 말을 모른다 그맘때가 올 것이다, 잠자리가 하늘에서 사라지듯 그맘때에는 나도 이.. 추천시 2006.08.07
[스크랩] 비가 와도 좋은 날 비가 와도 좋은 날 이외수 옛 사람을 기다리는 동안은 창 밖에 비가 와도 좋다. 밤은 넝마처럼 시름시름 앓다 흩어져 가고, 자욱한 안개 님의 입김으로 조용히 걷히우면 하늘엔 비가 와도 좋다. 세상은 참 아프고 가파르지만 갈매기도 노래하며 물을 나는데, 옛 사람이 그리울 때만은 창 밖에 주룩주룩 .. 추천시 2006.08.07
[스크랩] 고전시 모음 [가] 올해 댜른 다리 (김 구) 가노라 삼각산(三角山)아 (김상헌) 이런들 엇더하며 (이방원) 가마귀 눈비 마자 (박팽년) 이 몸이 주거 가셔 (성삼문) 가마귀 싸호는 골에 (정몽주 어머니) 이 몸이 주거 주거 (정몽주) 가마귀 검다 하고 (이 직) 이시렴 브디 갈따 (성종) 간밤의 부던 바람에 (유응부) 이화(梨花).. 추천시 2006.07.11
[스크랩] 현대시 모음 - 가- 산에 언덕에(신동엽) 가난한 사랑 노래(신경림) 가는길(김소월) 산유화(김소월) 가을비(도종환) 가을에(정한모) 살구꽃 핀 마을(이호우) 가을의 기도(김현승) 살아있는 것이 있다면(박인환) 가정(박목월) 상리과원(서정주) 가정(이상)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김춘수) 간(윤동주) 새(박남수) 갈대(신.. 추천시 2006.07.11
[스크랩] 빈집의 약속 / 문태준 2006년 소월시 문학상 작품집, 우수상 수상작 중 1 빈집의 약속 / 문태준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별이 보고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에 들 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 추천시 2006.07.10
[스크랩] 제1번 悲歌 제 1 번 悲歌 / 김춘수 여보, 하는 소리에는 서열이 없다 서열보다 더 아련하고 더 그윽한 句配가 있다. 조심조심 나는 발을 디딘다. 아니 발을 놓는다 웬일일까 하늘이 모자를 벗고 물끄럼 말끄럼 나를 본다 눈이 부시 듯 나를 본다. 새삼 엊그제의 일인 듯이 그렇게 나를 본다 오지랖에 귀를 묻고 누가 .. 추천시 2006.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