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꽃길에서 무너지다
갈 곳 없는 봄 날
수런거리는 앞산에 들었습니다
농을 치는 조팝꽃 난장에
온통 넋이 팔려 있을 때
전화가 온 건 그때였습니다
‘고추 꽃잎은 몇 장이야?’
참 뜬금없는 살가운 치정입니다
건들건들 태연한척 살아온 날들.
비련의 종소리 아직도 깊은데
습벽처럼 마음이 무너지는 오늘.
그립지 않을 만큼 간격을 두고
은밀한 기억 속을 따라 걷습니다
가까이 있어 멀리 두어야 할 사람.
내 그리워하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그 수척한 그리움, 잊고 살아도
고추 꽃잎 수줍게 웃고 있는 날
시침 떼듯 다시 피어날 것입니다.
05년 5월 초고/07.1.19일 白愛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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