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풍경 2 ( 모란장 대폿집)

시인답게 2007. 7. 1. 22:12
 

                

            풍경 2

     (모란장 대폿집)


 

파장 뒤, 모란시장 어귀

시장기가 돌면 청어의 다비로

북적대는 대폿집이 있는데요.

출출한 하루의 생목을 축이며

걸쭉한 입담 서로 권하다보면 

자리가 없어 눈치가 보이는 집.

산 두릅 떨이를 목청껏 외치며

봄볕에 그을린 검정콩 몇 되를

하루 품으로 내던 능골 할머니

텁텁한 생, 대폿술로 가시네요.

곤 계란을 아시나요. 단돈 천원.

제 살 태운 청어 안주. 삼천 원.

닷샛장 기약하다 막차가 떠나도

주름 깊은 쌈짓돈 함께 마시던

여우비에도 천정이 새던 그 집.

십년 단골집 누런 합판 벽에는

너나없이 거나한 이들 보란 듯

‘군자는 절교 후에도

악평을 하지 않는다.’ 쓰여 있네요.

얼큰한 저잣거리 교교한 달빛도

왁자한 웃음으로 고답적인 파장.

도드리장단 타령에 외려 환해지는.


*고답(高踏) :속세에 초연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것을 고상하게 여김.

*도드리 :보통 빠르기. 6박 1장단의 국악 장단.

*타령 :서도 민요. 도드리장단에

  느긋하게 부르는 애수 어린 노래.


07년 7월 1일 백애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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