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김원식 향기 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 김원식 젖몸살을 앓는 자목련 그늘 섬에 부려놓은 마음이 먼지 같은 날 노고지리 울다 간 자리 더는 쓸쓸한 오후 기별도 없이 소싯적 벗이 찾아왔습니다 산 벚꽃 안주 삼아 한 잔술 치다보면 거나해진 석양은 서산마루를 뉘엿거립니다 말없이 어둠을 따라 .. 자작시 2015.04.03
어머니의 망부가 / 김원식 어머니의 망부가 / 김원식 -아버지 한가위 아침 피묵리 새들은 울지 않았다 장선천 소리도 잠시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운 내님이여 그리운 내님이여 언제나 오시려나.’ 몸이 성치 않아 입춘에 떠난 남편 산소를 처음 찾은 아흔의 뜬금없는 노래는 끝났다 한참을 기다려도 남편의 .. 자작시 2015.02.24
무시래기 / 김원식 무시래기 / 김원식 뒤안 텃밭 청무는 여섯 식구의 한 철 희망이었다 허청 서까래에서 벌서듯 가난을 말리는 너는 애비를 닮았다 그 많던 논밭뙈기 투전판 담배 연기로 다 날리고 장작불로 푹 삶은 회한의 소금기가 천릿길을 걸어 왔다 자라 등 같은 손으로 동여 보낸 홀아비의 푸석한 반.. 자작시 2015.01.30
대둔산 사모곡 / 김원식 대둔산 사모곡 김 원 식 ‘아따, 인자 내 발로는 못 오것 제’ 어머니는 구름다리 운무에 기대 먹먹했던 세월을 혼잣말로 삼켰다 어머니의 사계는 가난이었다 풀 대죽을 쑤던 날에도 한문 지식 몇 톨이 전 재산이던 아버지는 외려, 엄마를 타박하곤 했다 눈물 소금으로 세끼 간을 맞추고 .. 자작시 2014.12.18
복어 화석, 詩의 뼈가 되다 / 김원식 복어 화석, 詩의 뼈가 되다/ 김원식 내 시 같은 아련한 풍경이 눈을 뜬다 액자 속으로 걸어 든 시가현의 아침은 전주 한옥마을처럼 목가적인 풍경이다 새삼 타국에서 남루한 필력을 들춰본다 49년 동안의 잘못을 오십 나이로 보듯 이녁도 믿음의 길을 나중 알고 나서야 자음뿐인 시편들을 .. 자작시 2014.10.14
귀천 소풍 / 김원식 귀천 소풍 / 김원식 지리산 소풍을 간다 눈과 귀를 가시러 중산리 계곡에 간다 문자로 함부로 지은 죄 씻은 듯 부신 듯 첫 마음을 헹구러간다 청대 섶 귀천시비가 대붕처럼 날아오른다 이내, 운해를 들치고 내려오는 천왕봉 두류산 자작시를 큰물소리 내며 읽는다 귀천이 여기 사는 이유.. 자작시 2014.09.23
천년의 길 천년의 길 골목길 걸어 나온 담벼락에 무장무장 제 몸 불려 낸 틈. 그 틈새로 민들레 아득한 홑詩 써놓고 수수천일, 참매미 짧은 울음이 걸어온 길. 04.8. 白愛 김 원 식 자작시 2014.07.11
야생화 야생화 바투 보지마라. 눈길로도 위태롭다. 먼빛으로도 충분하다. 사붓사붓 걸음에도 꽃부리가 해진다. 나로서 향기로운 적 있었다면 그 발길 내리 딛지 마라. 함부로 사랑한 일도 그대는 충분히 죄다. 내버려둬라 무명초처럼 어엿이 살다가 꽃살문 속에 다시 필 테니. 白愛 김 원 식 자작시 2014.04.24
자목련을 읽다 자목련을 읽다 목적어가 필요 없는 허공에 수식어 같은 잎도 사치다. 오직 思慕, 주어만 필요하다. 허공의 행간을 겨우내 서리꽃 목필로 채운 뜻, 숭고한 사랑의 징표 때문이다. 황홀한 수줍음 여전한 너. 두 손 번쩍 들고 마중하다가 4월 첫 자리에 홍자색 연정 죄 엎지른 네 설렘을 알겠.. 자작시 201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