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쓴 시 (노을 전망대 전경) 노을이 쓴 시 영광 백수면 염전배미 흑백 필름 해안가에서 소금기를 말리던 바람이 주름진 바다를 빗질한다 외기러기 날갯짓으로 회색 바다를 펼쳐놓자 노을이 내려와 시를 쓴다 개밥바라기*도 내려와 철썩철썩 파도의 운율로 소리 내어 시를 읽는다 초승달을 켠 채 .. 자작시 2014.02.11
정동진에서 울다 정동진에서 울다 김 원 식 파도는 스러져도 잠시, 바다에 엎드려 출렁일 뿐 함부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여명이 수평선을 긋는 새벽. 첫 햇살을 들치고 기차는 해안선 위를 질주하고 자꾸만 소용돌이치던 나는, 파도의 포말이 되어 부서진다. 정동진 바닷물에 부르튼 고까운 사랑의 환.. 자작시 2013.12.10
쑥부쟁이 쑥부쟁이 시월 치맛자락 한 폭 자주 꽃물 들여 놓고 산모퉁이 오도카니, 진종일 그리움을 개는 설상화. 그대의 안부를 묻는다 *설상화: 자주색 쑥부쟁이 2013년 10월 25일 白愛 김원식 자작시 2013.10.25
섬 뜰 마을 (島坪里) / 김원식 섬 뜰 마을 / 김원식 모든 스러져 가는 것들은 분명 절정일 때가 있었을 것이다 무갑산 홀딱새 울음소리에 부시시 일어난 섬 뜰* 강물들이 자작나무숲을 걸어 나오는 햇살을 마중한다 그때쯤 아내와 함께 남한강 푸른 백로 소리로 귀를 씻으며 꽃의 고요 속을 산책한다 초롱꽃 종소리 은.. 자작시 2013.06.11
어머니와 보릿고개의 실루엣 어머니와 보릿고개의 실루엣 하필 오늘, 궁핍한 추억이 배달되었다. 뒤란 장맛을 달구던 홍매화 이골이 난 가난에 질 무렵 부고처럼 찾아들던 보릿고개. 치맛귀로 눈물 훔치며 아궁이에 꾸역꾸역 지피던 어머니의 춘궁이 배달된 날, 하필이면 과체중으로 고혈압. 당뇨를 판정받았다 아직.. 자작시 2013.06.09
4월 꽃그늘 아래에서 4월 꽃그늘 아래에서 자목련 툭, 지던 날 너무 늦게 나에게 묻는다. 네 마음의 묵정밭엔 무엇을 파종 할 것이냐 ? (저문 바람이 쓴 꽃씨 같은 詩 한 톨, 허공의 정원에 내려앉는다.) 白 愛 김원식 자작시 2013.04.14
팔순의 노모가 쓴 시(참깨 털이) 팔순의 노모가 쓴 시 (참깨 털이) 아따, 탁 탁 친다고 잘 털리능게 아니 랑께. 요로코롬 툭 툭, 힘을 빼고 털어야 쓴 당께. 아가, 넘 쎄게 쳐 불먼 깨알이 사방으로 튀어 불고 모가지채로 털려 못쓴 당께. 션 헐 때 털지 뙤약볕에 먼 깨를 턴 다요? 식전이나 저녁 답에는 못 써야 이슬 땜시 눅.. 자작시 2013.03.18
쑥 부 쟁 이 쑥부쟁이 김 원 식 함부로 부르지 마라 시월 치맛자락 한 폭쯤은 남자색으로 물들일 수 있다 산기슭에서 도렷이, 나로서 별이 된 이별을 진종일, 기다린 적 있다면 그때서야 이름을 불러다오 이내 무심한 기다림마저, 산국처럼 오롯할 수 있다면 설상화! 너로서 저절로 詩 한 수쯤 꽃물 들.. 자작시 2012.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