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길 천년의 길 골목길 걸어 나온 담벼락에 무장무장 제 몸 불려 낸 틈. 그 틈새로 민들레 아득한 홑詩 써놓고 수수천일, 참매미 짧은 울음이 걸어온 길. 04.8. 白愛 김 원 식 자작시 2014.07.11
야생화 야생화 바투 보지마라. 눈길로도 위태롭다. 먼빛으로도 충분하다. 사붓사붓 걸음에도 꽃부리가 해진다. 나로서 향기로운 적 있었다면 그 발길 내리 딛지 마라. 함부로 사랑한 일도 그대는 충분히 죄다. 내버려둬라 무명초처럼 어엿이 살다가 꽃살문 속에 다시 필 테니. 白愛 김 원 식 자작시 2014.04.24
자목련을 읽다 자목련을 읽다 목적어가 필요 없는 허공에 수식어 같은 잎도 사치다. 오직 思慕, 주어만 필요하다. 허공의 행간을 겨우내 서리꽃 목필로 채운 뜻, 숭고한 사랑의 징표 때문이다. 황홀한 수줍음 여전한 너. 두 손 번쩍 들고 마중하다가 4월 첫 자리에 홍자색 연정 죄 엎지른 네 설렘을 알겠.. 자작시 2014.04.01
노을이 쓴 시 (노을 전망대 전경) 노을이 쓴 시 영광 백수면 염전배미 흑백 필름 해안가에서 소금기를 말리던 바람이 주름진 바다를 빗질한다 외기러기 날갯짓으로 회색 바다를 펼쳐놓자 노을이 내려와 시를 쓴다 개밥바라기*도 내려와 철썩철썩 파도의 운율로 소리 내어 시를 읽는다 초승달을 켠 채 .. 자작시 2014.02.11
정동진에서 울다 정동진에서 울다 김 원 식 파도는 스러져도 잠시, 바다에 엎드려 출렁일 뿐 함부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여명이 수평선을 긋는 새벽. 첫 햇살을 들치고 기차는 해안선 위를 질주하고 자꾸만 소용돌이치던 나는, 파도의 포말이 되어 부서진다. 정동진 바닷물에 부르튼 고까운 사랑의 환.. 자작시 2013.12.10
쑥부쟁이 쑥부쟁이 시월 치맛자락 한 폭 자주 꽃물 들여 놓고 산모퉁이 오도카니, 진종일 그리움을 개는 설상화. 그대의 안부를 묻는다 *설상화: 자주색 쑥부쟁이 2013년 10월 25일 白愛 김원식 자작시 2013.10.25
[스크랩] 내 먼저 그 길 위에 섰네 / 김원식 내 먼저 그 길 위에 섰네./백애 김원식 어제 같은 사랑을 살지 않겠노라고 어둠 속에서만 그리움을 펼쳐 보았지. 비틀거리며 추락하는 별똥별처럼 흔들림으로 흔들림의 중심을 잡던 길. 바람의 속삭임으로 파종된 그리움은 허공의 가슴팍에 운명처럼 또 피겠지. 노을의 배경이 된 산 그림.. 낭송시 2013.07.02
섬 뜰 마을 (島坪里) / 김원식 섬 뜰 마을 / 김원식 모든 스러져 가는 것들은 분명 절정일 때가 있었을 것이다 무갑산 홀딱새 울음소리에 부시시 일어난 섬 뜰* 강물들이 자작나무숲을 걸어 나오는 햇살을 마중한다 그때쯤 아내와 함께 남한강 푸른 백로 소리로 귀를 씻으며 꽃의 고요 속을 산책한다 초롱꽃 종소리 은.. 자작시 2013.06.11
어머니와 보릿고개의 실루엣 어머니와 보릿고개의 실루엣 하필 오늘, 궁핍한 추억이 배달되었다. 뒤란 장맛을 달구던 홍매화 이골이 난 가난에 질 무렵 부고처럼 찾아들던 보릿고개. 치맛귀로 눈물 훔치며 아궁이에 꾸역꾸역 지피던 어머니의 춘궁이 배달된 날, 하필이면 과체중으로 고혈압. 당뇨를 판정받았다 아직.. 자작시 2013.06.09